몇 번의 태풍이 예전과 다르게 나를 더 걱정시켰던 건 아버지의 옥상텃밭 때문이었다.
봄이 오고 벽돌을 사다가 옥상까지 나르며 나름 대 작업을 해서 조성한
친정집의 옥상텃밭.
은퇴를 하시고 소일거리삼아 건강한 먹거리도 먹을 겸 다양한 채소 작물을 시작하셨다.
크진 않아도 나름 옥상에서 나는 농약치지 않은 먹거리들로 식탁이 풍성해지셨단다.
늦 봄에 텃밭구경하러 가서 이제 막 싹이 올라오고 있는 식물들을 보았다.
열매가 달려있지 않으니 잎만 보고는 뭐가 뭔지 몰라 멀뚱히 쳐다보게 됐지만,
나름 구획을 지어 여기는 오이, 여기는 고추, 여기는 상추, 호박 등등
다양한 채소들이 햇볕 잘 드는 옥상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었다.
나도 조금씩 화초키우기가 재미있어 지면서 이렇게 햇볕 가득 받을 수 있는 옥상이 있다는게
새삼 부러워지기도 했다.
가끔 우리집에서 시들시들해지는 화초들은 여기 이 옥상에서
요양을 시키기도 한다. 그럼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싱싱해져서 돌아오는 일이 대부분이다.
비도 맞고 바람도 맞지만,
옥상에서 크는 작물들도 의외로 잘 크는 것 같다.
옥상텃밭의 시초가 되기도 했던 상추들,
상추를 큼직한 통에 키우신게 재작년부터인데, 상추 농사 지어보시곤 좀 더 많은 작물들에 욕심이 나셨다고 하다.
호박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박은 몇 개가 큼직하게 열려서 벌써 해체작업을 마치고 꼬득꼬득 말리는 중이시라고.
중간에 한번 친정에 갔을 때 열매가 달려 만지려고하니
아서라~~ 놀라시며, 눈으로 보기만해도 떨어진다고 하신다.ㅎㅎ
얼마나 애지중지 관리를 하고 계신지.
아침에 일어나 채소들 물 주는 걸로 하루를 시작하시는 부모님
텃밭이 일거리도 소소한 만들어주고, 건강한 먹거리도 만들어주니
일석이조같다 싶다.
텃밭구경을 마치고 아이들 오면 주려고 재어놓은 고기를 꺼내주셨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넓직한 팬에다 계란말이도 말면서,
이 나이가 먹어도 엄마표 음식은 여전히 나에겐 최고다.
아무리 힘든일이 있어도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오면 마음속이 정화가 되는 것 같다.
부모님은 나에게 텃밭이기도 하니까.
고추며, 오이며, 가지며 폭풍성장을 했다는 소식이 들여오는데,
조만간 풍성해진 옥상텃밭 구경하러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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