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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기/일본 후쿠오카 (Fukuoka)

후쿠오카 여행이 기억에 진하게 남는 순간들

by 예예~ 2017.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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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행이 늘 행복한 추억을 주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벗어났지만 여행의 매 순간순간이 하나하나 기억에 남을 만큼 행복한 것은 아니지요.

때론 내가 왜 돈쓰고 집 떠나와 이 고생인가 울컥하는 순간도 있고,

식은 땀이 흐르게 공포스러운 순간도 있고..

 

이번 후쿠오카 여행은 출발 날짜가 다가오는 와중에도 여행을 갈 수 있을까.. 못 가는 건 아닐까

개인적인 사정으로 고민이 많고 걱정거리도 많았던 여행이었습니다.

덕분에 블로그라는게 제 삶에 들어온 이후로 사진을 이렇게 덜 남긴 여행도 없었던..

 

카메라를 두고 순간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그까이꺼 대충 찍고 말았는데요.

그 순간은 오롯이 즐겼을지 모르겠으나

막상 여행이 끝나고 나니 아.. 이건 아니다... 싶은 기분.

 

순간의 충만함도 중요하지만, 두고두고 곱씹을 추억거리가 서서히 날아갈 듯한 초조함도 생기더군요.

  기억의 한계가 있는고로 열심히 남겨두는게 나쁘지는 않다 싶었습니다.

정작 좋았던 때가 제대로 남은게 없어 나날이 희미해져 갈 장면들을

가까스로 기억에 붙들어둬야할 것 같은 느낌이네요.

 

 

 

이번 후쿠오카여행에서는 유명한 온천 관광지가 아니라

다소 시골스러운 조용하디 조용한 온천마을 우레시노를 찾아갔었습니다.

일본 3대 미용온천이 나오는 동네라지요.

아직 벳부도 제대로 못봤는데 시골로 온천을??

다소 망설여지는 면이 있었으나 다녀오고나니 개인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네~ 싶었답니다.

 

복작이지 않는 한가로운 동네 분위기가 배경이 되어

우리 가족에게 몇 손가락안에 들만큼 좋은 추억이 되었던 순간.

살면서 앞으로도 "그때~ 우레시노에서 이런 시간이 있었잖아~ "한마디를 꺼내면 모두 입가에 미소가 번질 것 같습니다.

 

 

 

료칸 가족탕에서 서로의 등을 밀어주기도 하고,

온천 후의 개운한 상태로 시원한 바람을 맞았을 때,

몸이 데워졌던 만큼 작은 바람도 선선함이 증폭되어 상쾌함 폭발.^^

 

남편이 제 머리카락을 속속들이 드라이로 말려줬을 때..

뭐 별 것도 아닌 이런 순간들이 그 어느때보다 농밀한 행복감을 주었었습니다.

그간 돌보지 못했던 제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던터라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려는 마음이 크기도했고요.

 

 

 

 

동네 골목에서 거대 물풍선 놀이를 했던 순간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녁에는 6월의 우레시노에서 한시적으로 만날 수 있는 반딧불이 체험을 하기도 했었는데

가기전까지 반짝이는 반딧불이를 보려면 그만큼 어둠이 있어야한다는 걸 미쳐 깨닫지 못했다는..

폰으로 찍어봤으나 단 한 장도 건질 수 없는 장면이 되었네요.

솔직히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짙은 어두움이 펼쳐지니,

 난감하고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진한 어둠속에서 반짝이는 반딪불이의 불빛은 내가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속으로 들어와 있는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어두움에 익숙해지니 달빛이 이렇게 밝을수도 있구나,,,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야말로 휘영청 밝은 달빛이 숲의 윤곽을 보여주더군요.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는 늦은 밤의 우레시노 골목

조그만 선술집에서의 시간도 참 좋았습니다.

본건 있다며 일드 심야식당처럼 뭔가 마음이 푸근해지던 술집 센코쿠

 

 

크~~~ 한모금 마시면 절로 탄성이 나오는 시원한 맥주 한 잔.

"왜 한국사람들은 짜다고 난리냐~~"

첫번째 꼬치가 짜길래 소금을 조금만 뿌려달라고 부탁했더니 불쾌함을 드러내셨던 주인장 아저씨는

(짜긴해도) 숯냄새 좔좔 꼬치가 맛있다는 한마디에 마음을 여시기도.

주인장 아저씨께 음식에 대한 요구사항은 아무리 작은거라도 자존심의 문제인 듯,

아주머니와 아드님이 슬쩍 소금을 빼주셨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부인과 아들 며느리와 함께 꾸려나가는 작은 가게

우레시노의 명물 온천두부를 안주 삼아

일본은 어디를 가봤니부터 시작해서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테니스 이야기를 했다가, 아드님이 이 가게에서 만들 수 있는 꼬치 이야기를 했다가..

아무튼 우레시노에서 온천 효과를 보려면 3일은 온천을 해야한다는 팁도 들었네요.ㅎㅎ

못알아듣든 건 그런대로 어쨌든 동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나눴네요.

 

 

숙소로 돌아가는 길 호젓한 골목을 걸으며

조용해서 참 좋다~ 이 밤이 참 좋다~ 소리가 나왔었지요.

 

다녀와서 가족들이 거기 여행 어땠냐고 물으면 이런저런 불만이 터져나오는 여행도 가끔 있는데,

이번에 후쿠오카 다녀와선 짧았지만 참 좋은 시간이 많았다라고 말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고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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